PM이 Claude Code로 도구를 옮긴 이유
도구를 바꿨다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1년쯤 전이었던 것 같다. 친한 개발자 한 명에게 “요즘 ChatGPT를 잘 안 쓰는 것 같다”고 흘리듯 말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나도 잘 몰랐다. ChatGPT가 갑자기 별로여진 것도 아니었는데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중에 나도 PM이지만 클로드를 써볼까?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지금 와서 그 말의 의미를 다시 풀어보면, 우리가 클로드를 사용하면서 도구를 바꾼 얘기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천천히 흔들렸던 얘기에 가까웠던 것 같다. 모두가 쓰고있는 이 도구를 사용하고 있어라는 의미보다, 내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 사람인지를 다시 배워가고 있다는 쪽이 더 정확하다.
몇 개의 시리즈를 통해서 지난 1년여 기간동안 (정말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일하는 방식이 바뀐 결정적이었던 도구 Claude Code가, “나에게 무엇을 고민하게 했는지” “내가 쓰고있는 방식은 어떤 방식인지” 쪽에 집중해서 이야기해보려고한다. 정답을 적으려는 글이 아니다. 지금도 잘 모르겠는 게 많고, 어떤 편은 다음 편을 쓰는 동안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리고 빠르게 바뀌는 지금 시점에 또 AI상황은 또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나중에 이 글을 보게된다면, 내가 이런 고민을 했었구나 라고 생각되지 않을까 싶다.
2년 전, 나는 ChatGPT를 어떻게 쓰고 있었나
2023년 봄쯤이었던 것 같다. 30분짜리 팀 회의 녹취 텍스트를 통째로 ChatGPT 창에 붙여넣고, “액션 아이템 위주로 요약해줘”라고 적은 게 내 첫 번째 본격적인 사용이었다. 결과가 30초 만에 떴을 때 나는 잠깐 멈춰서, 이걸 다른 어디에 또 쓸 수 있을지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ChatGPT는 지금 와서 보면 “잘 듣는 인턴” 같은 존재였다. 회의 녹취를 요약시키고, 메일 톤을 다듬어달라고 하고, 처음 듣는 용어의 정의를 물었다. 한 번에 하나의 일, 한 번 끝나면 컨텍스트는 휘발되었고, 다음 날에는 다시 똑같은 이야기를 해줬어야했다.
가장 자주 한 동작은 사실 ‘복사 / 붙여넣기’였다. 슬랙에서, 노션에서, 회의록 문서에서 텍스트를 긁어와 채팅창에 붙이고, 결과를 다시 노션이나 슬랙으로 옮겼다. 그 사이에 사라지는 정보가 꽤 있었다. 문서의 구조, 파일 단위의 맥락, 이전 회의에서 했던 얘기. 그런 건 채팅창 한 화면 안으로 다 들어가지 못했다.
처음에는 채팅 UI가 본질적으로 그렇게 생긴 도구라는 걸 그때는 잘 몰랐다. 한 화면에 들어오는 텍스트가 한 번의 대화의 전부이고 그 화면 밖의 파일과 컨텍스트는 매번 내가 손으로 옮겨야 한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 다른 도구를 만나고 나서야 거꾸로 보였다.
한계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했을 때 보였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한계가 잘 안 보였다. 한계가 또렷해진 건 같은 작업을 두 번째, 세 번째 할 때였다.
매주 같은 형식으로 회의록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매주 다른 형식의 결과가 돌아왔다. 비슷한 프롬프트를 넣었는데도 어떤 주는 액션 아이템이 표였고, 어떤 주는 줄글이었다. 매번 “지난번처럼 해줘”라고 말해도, 지난번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대였다.
그 시점에 나에게 정리되기 시작한 답답함은 세 가지였다.
하나는 컨텍스트가 매번 휘발된다는 점. 어제 한 얘기를 오늘 다시 설명해야 한다. 내가 누구이고, 어떤 팀에서 일하고, 우리 프로덕트에 대해서 설명하지만, 자주 까먹는다는 점이었다.
다른 하나는 내 파일과 분리되어 있다는 점. 노션, 슬랙, 깃허브, 로컬 폴더 등 내 업무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데 채팅창은 그 어디에도 닿지 못했다. 결국 손으로 옮겨야 했었다.
마지막 하나는 반복 가능한 작업 방식을 저장해둘 곳이 없다는 점. “이런 식으로 정리해줘”라고 매번 말로 설명할 뿐이었다. 그 방식을 어딘가에 적어두고 다음 주에 그대로 다시 꺼내 쓰는 방법이 없었다. 물론 메가 프롬프트라고 해서, 컨텍스트를 흔들리지 않게 쓸 순 있었지만, 그게 잘 되진 않았다.
이 세 가지가 쌓이면서 어느 순간 묘한 감각이 들었다. 나는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에게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해줘야하나 라는 고민을 하고있었다.
Claude Code를 처음 열어본 날
Claude Code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주변 개발자를 통해서 였다. 그 때 “이거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꽤 쓸만하고, PM들도 같이 쓰면 좋을 것 같아” 라고 소개해줬다. 그래서 그날 밤 일단 깔아보긴 했는데, 첫인상은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터미널 안에서 도는 CLI, 깃 레포 안에서 동작, 설명에 나오는 예시는 죄다 코드 작업이었고 PM이 쓰기엔 좀 거리가 있어 보였다. 첫날에는 그냥 알아만 봤다.
다시 연 건 며칠 뒤였다. 또 그 개발자가 나에게 와서 “이게 요즘에 제일 똑똑한 것 같은데, 코드도 같이 볼 수 있고 위키나 jira 티켓도 다 만들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옵시디언에 한 폴더에 내용들 모아두고 그냥 “이번 주 회의록만 추려서 액션 아이템 정리해줘”라고 시키면 주간보고 회의록도 잘 요약해줘.” 이렇게 이야기했을때 좀 멈칫했다. 이건 ChatGPT랑은 결이 다른 답이었다. 회의록 한 건이 아니라 폴더 안의 여러 건을 같이 본 답이었다.
그때 느낀 차이는 미묘하지만 결정적이었다.
이 도구는 내가 가진 파일에 직접 접근한다. 같은 폴더에서 두 번 같은 작업을 시키면, 두 번 다 비슷한 형식의 결과가 나온다. CLAUDE.md라는 파일에 “이 폴더에서는 이런 톤으로, 이런 형식으로 일해줘”라고 한 번 적어두면 그게 매번 자동으로 적용된다.
채팅창 너머 누군가에게 매번 자기소개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내 작업 공간 안에 같이 들어와 있는 동료 한 명이 생긴 느낌.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정확할지 한참 고민했는데, 지금 떠올리는 표현은 “AI가 도구가 아니라 환경이 된 날” 정도다.
그렇다고 ChatGPT가 별로라는 얘기는 아니다
여기서 한 번 솔직히 짚어두고 싶다. 이 글은 ChatGPT가 더 못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ChatGPT는 여전히 잘 쓰는 도구이고, 어떤 작업에는 지금도 그쪽이 더 빠르다. 가벼운 한 번의 질문, 출장 중 모바일에서 쓰는 빠른 검색, 한 줄 카피라이팅 변형 같은 작업은 채팅 UI가 압도적으로 편하다. 나도 그쪽 창을 종종 다시 연다.
다만 PM의 일에는 다른 결의 작업도 많다는 걸 1년 사이에 새로 배웠다. 같은 형식의 회의록을 매주 정리하는 일. 수개월에 걸친 정책서, PRD의 히스토리를 추적하는 일. 수백 건의 유저 피드백을 분류하는 일. 이미 짜인 코드를 개발자에게 물어보고 어떤 변경이 어디까지 영향을 줄지 가늠하는 일.
이런 작업은 한 번의 채팅으로 끝나지 않는다. 컨텍스트가 쌓이고,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결과를 어딘가에 저장해뒀다가 다음 주에 다시 꺼내 써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자료가 모든 지식들이 내 파일 시스템이나 머리 어딘가에 이미 흩어져 있다.
이런 결의 작업에서 Claude Code가 어떻게 달랐는지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내가 일하는 그 폴더 안에서 같이 일한다.” 별도의 창을 열고 닫는 도구가 아니라, 내 작업 공간 그 자체에 들어와 있는 도구. 그래서 도구가 아니라 환경이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
이 시리즈에서 다룰 것 들
이런 차이가 PM 업무에 어떻게 번지는지를 다음 편에서 거시적으로 한 번 정리해보려 한다. 그 다음에는 몇 편에 걸쳐 구체 사례 한 편씩 나누어 어떻게 사용하고있는지를 다뤄보려고한다. 그리고, 동료 개발자, 특히 프론트 개발자와의 관계가 어딘가 어색해진 순간.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직접 만드는 게 늘 맞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 등 클로드코드를 통해서 내가 생각했을 때 고민포인트를 짚어보려 한다.
처음에 적었듯이, 이 시리즈는 정답을 적으려는 글이 아니다. 잘 쓴 사례보다 잘못 쓴 사례가 더 많고, 어떤 편은 쓰는 동안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래서 차라리 같이 헤맬 동료가 한 명쯤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성해보며, 더 나아가서 나에게 더 좋은 인사이트를 줄 다른 사례도 들어보고싶은 마음에 작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