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자 포트폴리오 작성방법
이렇게도 포트폴리오를 쓸 수 있어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이제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의외로 단순하다. 내가 했던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싶은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는 점이다.
검색을 해 봐도 디자이너 포트폴리오 사례는 풍부한데, ‘서비스 기획자 포트폴리오’는 자료가 많지 않다. 인하우스 서비스 기획자의 경우 분석부터 구축까지 모두 진행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중간 과정의 운영 기획에 쓰인다. 그래서 외부에서 자주 보이는 ‘A부터 Z까지 진행한 프로젝트형 포트폴리오’는 적합하지 않을 때가 많다. A부터 Z까지가 분명한 프로젝트는 한 해에 한두 번이고, 나머지는 운영 안에서 의미 있게 만든 작은 개선의 누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인하우스 서비스 기획자가 자신의 일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정답이라기보다, 직접 부딪히며 다듬은 한 가지 방식이다. 다섯 가지의 작은 원칙으로 풀어 본다.
표지와 마지막 장에 ‘나’를 남겨라
검토자는 한 시즌에 적게는 50개, 많게는 300개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본다. 그 안에서 ‘한 번 더 들춰보고 싶은 한 명’이 되려면, 가장 먼저 표지와 마지막 장이 일을 해 줘야 한다.
표지에는 자신을 한 줄로 소개하는 문구를 넣는다. “○○년 차 서비스 기획자”가 아니라, “기능을 덜어 내는 일에 강한 운영 기획자” 같은 식의 표현이 좋다. 자기 직무를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는 건, 자신의 일의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에는 이 포트폴리오를 본 사람이 마지막에 가져갔으면 하는 메시지를 한 줄로 남긴다. 흔히 끝 페이지에 ‘Thank You’만 넣는데, 그 자리에 자신의 일하는 방식, 가치관, 다음 도전에 대한 한 줄 메시지를 넣어 보자. 검토자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머릿속에 남기를 바라는 한 문장이 있다면, 그 한 문장이 곧 면접 요청의 이유가 된다.
내가 한 일을 ‘기획의 종류’로 나눠라
다음으로 중요한 작업은 자신이 해 온 업무를 어떤 종류의 기획이었는지 분류하는 일이다. 모든 프로젝트를 똑같이 ‘XX 프로젝트’라고 나열하면, 같은 무게로 읽힌다. 같은 무게로 읽히면 강점이 흐려진다.
나의 경우 네 가지로 나눠 정리해 보았다.
전략 기획. 기존에 구축된 서비스를 어떻게 판매할지에 대한 전략을 짜는 기획. 구축 기획. 새로운 솔루션을 오픈하거나, 기존 솔루션을 전면 재개편하는 기획. 운영 기획. 솔루션 오픈 이후 기능 개선과 피처 배포를 책임지는 기획. 연동 기획. 운영 중인 서비스에 외부 서비스를 연동하는 기획.
각 종류별로 참여한 프로젝트를 분류하고, 다음 내용을 같이 정리한다.
- 진행 기간
- 참여율 및 역할
- 프로젝트의 목적
- 이후 성과
이렇게 분류하고 나면, 자신이 어떤 종류의 기획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고, 어떤 영역에서 성장해 왔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이 표만 잘 정리되어도 면접관은 지원자가 어떤 종류의 PM인지를 5분 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 분류 작업을 하는 동안 본인 스스로도 “내가 이런 일을 더 좋아하는구나”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화면 설계는 따로 구분해서 보여라
기획의 핵심인 화면 설계는 별도로 분류해서 제시하는 편이 좋다. 인하우스 기획자는 운영 기획 비중이 크기 때문에, 화면 설계만 따로 모아서 보여 주면 설계 능력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화면 설계를 보여 줄 때는 단순히 화면을 나열하지 말고, 다음 세 가지가 함께 보이도록 정리한다.
-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화면이었는지
- 어떤 옵션을 검토했는지
- 왜 이 옵션을 최종으로 선택했는지
화면만 보여 주면 디자이너 포트폴리오와 차별점이 없다. PM의 화면 설계는 결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 결정의 맥락이 함께 보일 때 가장 빛난다.
문서 작성 능력을 보여라
기획자는 문서를 통해 일한다. 요구사항 정의서, User Flow, WBS, 정책서, 회의록까지. 다양한 부서와 함께 일할 때 가장 자주 닿는 매개체가 문서다.
포트폴리오에 자신이 만든 문서의 샘플을 함께 첨부하면, 검토자는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를 글 안에서 본다. 실제 회사 자료는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우니, 비슷한 형식의 샘플을 따로 만들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건 디자인이 아니라 구조다. 어떤 흐름으로 정보를 정리하는 사람인지를 한 페이지로 보여 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문서 샘플을 넣을 때 한 줄짜리 해설을 함께 붙이면 좋다. “이 문서는 ○○ 프로젝트에서 ○○를 정렬하기 위해 작성했고, 결과적으로 ○○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 줄의 해설이 있는 문서와 없는 문서는 받아들이는 인상이 완전히 다르다.
이력서를 함께 첨부하라
포트폴리오에 이력서를 같이 포함하면, 검토자가 한 번에 지원자의 경력과 작업물을 확인할 수 있다. 두 파일을 따로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주는 작은 배려이기도 하다.
이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의 톤이 어긋나지 않도록 점검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력서에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고 쓰여 있는데 포트폴리오에는 화면 캡처만 잔뜩 들어가 있으면, 두 문서가 다른 사람이 만든 것처럼 읽힌다. 두 문서의 메시지가 한 방향을 가리키도록 가벼운 검수를 한 번 더 거치자.

자신의 일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일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일은 의외로 자신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된다. 매일 일하면서는 잘 보이지 않던 자신의 패턴, 강점, 부족함이 한 페이지씩 쌓이는 동안 또렷해진다. 그래서 나는 포트폴리오를 이직 시점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1년에 한 번 정도는 가볍게 정리해 두는 편을 권한다. 그래야 진짜 이직을 결심한 순간에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서비스 기획자, 특히 인하우스 운영 기획 비중이 큰 PM이라면 위의 다섯 가지 원칙이 출발점이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양식이 없는 직무인 만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다. 결국 포트폴리오는 작업물 모음이 아니라, 자신을 한 권의 책처럼 보여 주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비슷한 경력을 가진 기획자들에게 이 정리가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본인이 해 온 일의 가치를 본인이 가장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때, 다음 자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