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으로 액션아이템을 뽑기까지
단순 요약이 아니라 흐름을 따라가는 작업으로 바뀌었다
PM 일을 하면서 가장 자주, 가장 오래 하는 일 중 하나가 회의록 정리가 아닐까 싶다. 회의 자체는 짧으면 30분, 길면 한 시간 반.. 그런데 회의 한 건이 끝난 뒤에 그 회의록을 ‘쓸 수 있게’ 정리하는 데 드는 시간은 회의 시간만큼 다시 든다. 액션 아이템이 빠지고, 누가 뭘 하기로 했는지가 흐려지고, 다음 회의에서 또 같은 얘기를 한다.
이 글은 회의록을 “한 건의 요약”이 아니라 “여러 건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워크플로우”를 만들어 본 회고다. 사실 시작은 거창한 방식이 아니었다. 그냥 매주 같은 형식이 안 나와서 짜증이 났을 뿐이었다.
회의록은 왜 자꾸 다시 흩어지는가
지난 분기, 같은 안건이 다른 회의에서 세 번 반복된 적이 있었다. 회의록을 뒤져보니 세 회의록 모두 다른 형식이었고, 액션 아이템도 표시 방식이 달랐다. 분명히 첫 번째 회의에서 “다음 분기에 다시 보자”고 정한 것 같았는데, 두 번째 회의에서 그 결정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았다. 결국 세 번째 회의에서 같은 토론을 처음부터 다시 했다. 그 회의가 끝난 날 저녁에, 회의록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이건 회의록을 쓰고 기억을 못하는데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런일이 그때만 일어나는건 아니고, 종종 있었다. 다만 그 당시 결정해야할 일들이 많아 더 예민하게 다가온 것같다)
회의록의 가장 큰 문제는 회의록 한 건 안에 있지 않다. 회의록과 회의록 사이에 있다. 한 건의 요약은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건의 요약이 다음 회의에서 다시 참조되지 않으면, 그 회의록은 결국 한 번 쓰고 묻히는 문서가 된다. 그리고, 액션아이템도 누구하나가 계속 트래킹하지 못하면 다음에 결정하지 못한 채로 반복되는 회의가 생기게 된다.
ChatGPT로 회의록을 정리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게 이 지점이다. 매번 한 건만 보고 끝났고, “지난 회의록과 연결해줘”를 시키려면 그 회의록의 링크를 또 복사해서 붙여넣어야 한다. 그러면 또 두 건이 끝나고, 이전 회의록은 다시 묻힌다.
폴더 하나에 회의록을 다 모았다
처음 시도한 건 단순한 거였다. 옵시디언 vault 안에
meetings/폴더를 하나 만들고, 모든 회의록을 거기에 마크다운으로 모았다. 파일명 규칙은YYYY-MM-DD-회의주제.md. 회의 끝나고 줌 음성대화 파일을 받으면 그 폴더에 텍스트로 일단 던져넣는 게 첫 단계가 됐다.
폴더 구조는 대략 이렇게 잡았다.
meetings/
├── CLAUDE.md
├── 2026/
│ ├── 05/
│ │ ├── 2026-05-12-product-weekly.md
│ │ ├── 2026-05-14-feedback-review.md
│ │ └── ...
│ └── 04/
└── archive/
CLAUDE.md에는 이 폴더에서 일할 때 따라야 할 형식을 적어뒀다. 액션 아이템은 체크박스로, 담당자는 @이름으로, 결정사항은 ## 결정 섹션으로. 한 번 적어두니까 다음 회의록부터는 형식이 자동으로 맞춰져 나왔다.
그 이후에는 회사의 위키에 업데이트해서 함께 미팅에 참여한 구성원들에게 전파하게 된다.
이전에는 매번 “이번에도 같은 형식으로 해줘”를 말로 설명했는데, 여기서는 그 형식을 파일로 적어두는 일이 됐다. 다음 주의 나는 그 파일을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액션 아이템이 “추적되는” 작업이 됐다
여기서 한 단계 더 갔다. 회의록 한 건을 정리할 때, 그 회의록 안의 액션 아이템만 보는 게 아니라 지난 회의록의 미완료 액션 아이템을 같이 본 채로 정리하도록 시켰다.
슬래시 커맨드는 대략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
/meeting-followup이라고 치면 (1) 새 음성대화 파일에서 결정사항, 액션 아이템을 뽑고 (2) 같은 폴더의 직전 3주치 회의록에서 미완료 액션 아이템을 함께 가져와서 (3) “이번 회의에서 다시 언급된 것”과 “여전히 미완료로 남은 것”을 구분해서 정리해준다. 처음 결과를 봤을 때 좀 놀랐다. 두 번째 회의에서 누락된 항목이 보였다.
이 시점부터 회의록은 한 건의 문서가 아니라 흐름이 되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정했던 그 결정은 어떻게 됐지?”가 자동으로 따라붙는 작업이 됐다.
실제 결과물이 어떻게 생겼나
예를 들어 이번 주 회의록의 머리 부분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 나온다. (가공한 예시)
# 2026-05-12 프로덕트 위클리
## 결정
- [DEC-1] 다음 분기 N 기능은 베타 우선 출시 (대안 검토 종료)
## 이번 주 액션
- [ ] @이름A: 베타 모집 페이지 초안 (5/19까지)
- [ ] @이름B: 베타 그룹 1차 명단 정리 (5/16까지)
## 지난 회의 미완료
- [ ] (4/28) @이름A: 정책 X의 예외 케이스 정리, 2주째 미완료
- [x] (5/5) @이름C: 데이터 항목 추가, 완료 확인됨
## 반복 언급된 주제
- "베타 모집 조건": 4/28, 5/5, 5/12. 세 번째 등장. 다음 회의에서 결론 필요.
마지막의 “반복 언급된 주제” 섹션과 “액션아이템의 트레킹”이 사실 가장 큰 변화였다. 같은 안건이 세 번째 올라온 거라는 사실 자체가 이전엔 그게 그냥 묻혀서 또 같은 주제에 대해서 몇 분을 소비했다면 회의록 정리하는 순간에 같이 알게 된다.
그래도 사람이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까지 적어놓으니 다 자동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회의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이 결정의 진짜 의미가 뭐였나”를 적는 일은 여전히 내가 해야한다고 생각된다. 도구가 액션 아이템을 모아주고 형식을 맞춰주는 건 잘 한다. 다만 그 회의가 왜 중요했고, 누가 어떤 톤의 배경이 있었고, 무엇이 빠진 채 결정됐는지를 적는 일 은 도구의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회의록에는 종종 이상한 내용이 끼워져 있다. 녹취가 불명확한 부분을 도구가 그럴듯하게 채워 넣는 경우가 있고 대화내용을 회의록으로 변환하면서도 다른 내용으로 결정한 것처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발행 전에 반드시 사람이 한 번 훑어야 하는 이유다.
내가 만든 skill 파일
위 워크플로우는 Claude Code의 슬래시 커맨드로 구성해두었다. .claude/commands/{name}.md 형식의 마크다운 파일을 두면 그 이름으로 명령이 동작한다. 내 경우엔 옵시디언 vault 위에 같은 형식으로 두고 쓰고 있다.
~/.claude/commands/meeting-followup.md는 대략 이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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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meeting-followup
description: 새 회의록과 직전 3주치 회의록을 같이 봐서 액션 아이템, 반복 주제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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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령은 `meetings/` 폴더에서 다음 작업을 한다.
1. 인자로 받은 회의록 파일 또는 같은 폴더의 가장 최근 파일을 읽는다.
2. 같은 폴더에서 작성일 기준 직전 3주치 회의록을 함께 읽는다.
3. 새 회의록에서 다음을 추출한다.
- 결정사항 (DEC-N 번호 부여)
- 이번 주 액션 아이템 (담당자, 기한)
4. 직전 3주치 회의록의 미완료 액션 아이템을 두 묶음으로 분류한다.
- 이번 회의에서 다시 언급된 것
- 여전히 미완료로 남은 것 (몇 주째 미완료인지 표시)
5. 세 회의 이상 반복 언급된 주제가 있으면 "반복 언급된 주제" 섹션에 모은다.
6. 결과를 다음 섹션 구조로 정리해 같은 파일에 덮어쓴다.
`## 결정`, `## 이번 주 액션`, `## 지난 회의 미완료`, `## 반복 언급된 주제`
규칙:
- 녹취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액션은 추가하지 않는다.
- 담당자가 불명확하면 "TBD"로 둔다. 임의 추측 금지.
- 회사, 고객 정보가 등장하면 마스킹된 형태로 유지한다.
- 환각이 의심되는 부분은 `[검토필요]` 태그를 본문에 남긴다.
이 파일을 한 번 짜두고 나니, 매주 회의가 끝난 뒤 음성대화를 파일을 추가하고 /meeting-followup 한 줄로 회의록이 정리하게된다.
처음에 만들어둔 skill파일은 지속적으로 디벨롭하면서 규칙들이 추가되고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skill 파일이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매주 한 번씩 도구가 잘못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한 줄씩 추가하는 식으로, 본인의 작업 방식이 파일에 천천히 적혀가는 게 더 자연스러운 모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