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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가 구성원을 바꾼다?

같은 사람이 다른 회사에서 다르게 일하는 이유

직장 생활을 길게 하다 보면 이상한 장면을 자주 마주한다. 한 회사에서는 의욕 없이 보이던 동료가, 회사를 옮긴 뒤에는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모습. 반대로, 어느 회사에서는 빛나던 사람이 새 회사에서는 빠르게 시들어 가는 모습…

처음에는 단순히 “사람이 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 그 사람의 다른 면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같은 씨앗도 어떤 흙에 심느냐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자란다. 회사도 비슷하다. 어떤 문화 위에 어떤 사람이 놓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매일 하는 결정의 결이 달라진다.

그래서 한 번쯤은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기업 문화는 구성원을 바꾸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기업 문화가 구성원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면을 더 자주 쓰게 만들고, 어떤 면을 점점 잊혀지게 만든다. 그것이 결국 우리가 흔히 “사람이 달라졌다”고 부르는 변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강령이 아니라 매일의 결정 방식이다

많은 회사가 비전 선언문, 핵심 가치, 워크 어워드 같은 문서로 자기 문화를 정의한다. 그런데 그 문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려면 회의실에 들어가 봐야 한다. 어떤 회사는 가장 큰 목소리가 결정을 가져간다. 어떤 회사는 가장 데이터를 잘 정리한 사람이 결정을 가져간다. 어떤 회사는 가장 오래된 사람이, 어떤 회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문화는 어떤 단어가 벽에 붙어 있느냐가 아니라, 매일의 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방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원의 사고를 바꾼다. 데이터로 결정하는 회사에 1년 있으면, 새 프로젝트가 들어왔을 때 자동으로 데이터를 먼저 찾는 습관이 든다. 직관으로 결정하는 회사에 1년 있으면, 자기 직관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신입 때는 이걸 잘 모르고 그저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일할 뿐이다. 하지만 2~3년이 지나고 나면, 자신이 같은 일을 어떻게 풀고 있는지에 회사의 결이 묻어 나오기 시작한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문화가 끌어내는 사람, 닫히게 하는 사람

같은 사람이 어떤 회사에서는 빛나고, 어떤 회사에서는 시드는 이유는 결국 그 사람의 강점을 그 문화가 활용하느냐 무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빠른 실행과 도전을 권장하는 문화에서는, “일단 해 보자”는 성향의 사람이 자기 본 모습을 가장 많이 드러낸다. 같은 사람이 안정성과 절차를 중시하는 문화에 가면, 같은 실행력이 “튀는 사람”, “절차를 무시하는 사람”으로 읽힌다. 본인의 행동은 거의 같은데, 해석되는 결이 정반대가 된다.

깊이 있는 분석을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한 가지 결정에 며칠을 쓰는 사람이 신뢰받지만, 빠른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같은 사람이 “결정을 못 내리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어느 쪽이 맞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행동이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걸 알고 나면, 회사를 옮기거나 팀을 옮길 때의 시야가 달라진다. 단순히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내 강점이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문화인가”를 함께 보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기 강점이 평가받는 문화에 있을 때 사람은 가장 빠르게 자란다는 점이다.

그러면 문화는 사람을 진짜 바꾸는 걸까

그렇다면 결국 사람은 문화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는 걸까. 나는 절반은 그렇고, 절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매일의 결정 습관과 사고 회로다. 어떤 문화에 오래 있으면 그 문화가 자주 쓰는 사고법이 자기 안에 자리 잡는다. 데이터 기반 사고, 빠른 의사결정, 협업 중심의 사고, 책임 분산형 사고. 이 사고 회로는 분명히 변한다. 그래서 이직 후 6개월이 지난 사람과 1년이 지난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그 사람의 가치관과 강점의 뿌리다. 가치관과 강점은 문화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만 어떤 문화는 그것을 살리고, 어떤 문화는 그것을 가린다. 같은 사람이 다른 회사에서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그 사람의 뿌리가 변해서가 아니라 뿌리가 자라기 위한 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면, “기업 문화가 구성원을 바꾼다”는 명제는 절반의 진실이 된다. 사고 회로는 분명히 바뀐다. 그러나 가치관과 강점의 뿌리는 그대로다. 그 뿌리가 어떤 토양 위에 놓이느냐가 사람의 다른 면을 끌어낼 뿐이다.

그래서 회사를 고른다는 건 어떤 일인가

이 관점이 자리 잡고 난 뒤, 나는 회사를 고르는 일을 다르게 보게 됐다. 예전에는 직무, 연봉, 회사 이름이 회사를 고르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그 기준 위에 한 가지가 더 얹어졌다. “이 회사의 매일의 결정 방식이, 내가 자라고 싶은 방향과 같은가. 더해서, 나는 그럼 그 회사에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가”

좋은 문화를 가지고있는 회사에서 일 해보니 같은 직무, 같은 연봉, 같은 산업이라도 매일의 결정 방식이 다르면 1년 뒤의 자신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느낀다. 데이터로 결정하는 회사에서 자란 PM과 직관으로 결정하는 회사에서 자란 PM은 같은 5년 차여도 다른 사람이다. 어느 쪽이 더 좋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자라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지가 다를 뿐이다.

회사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회사라도 팀마다 문화가 다르다. 어떤 팀은 빠른 실행을 미덕으로 보고, 어떤 팀은 깊이 있는 분석을 미덕으로 본다. 어떤 팀은 조직구성원들 간의 팀 문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함께 일을 하는 모습이 다르다. 같은 회사에서 팀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자기 안의 다른 면이 자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문화가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의 다른 면을 끌어낸다

기업 문화가 구성원을 바꾸는가. 이 질문에 대한 내 답은 이렇다. **문화는 구성원의 본질을 바꾸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끌어내고, 어떤 면을 잠재울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누적이 결국 사람을 다르게 만든다.

그래서 회사를 고를 때도, 팀을 옮길 때도, 새 프로젝트에 진행할 때, 내가 팀을 만들어갈 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이 환경에서 내 어떤 면이 자라게 될까.” 또는 “이 환경에서 구성원들의 어떤 면이 자라게 될까” 자신, 조직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고 싶은지가 분명해질수록, 이 질문에 답하기 쉬워진다.

문화는 사람을 끌어내는 그릇과 같다. 좋은 그릇 위에 좋은 씨앗이 만나면 가장 멋진 모양이 나온다. 우리가 회사를 고른다는 건, 결국 자신의 다음 1년을 어떤 그릇 위에 올려놓을지 결정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고, 그리고 한 번 결정한 뒤에도 그 그릇 위에서 자신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를 꾸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두 가지만 기억하고 있으면, 우리는 어떤 문화 위에서도 자기 모양을 잃지 않고 자랄 수 있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