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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힘든지 모를 때 나를 알아가는 방법

Career Reset Journal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딱히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때가 있다. 성과도 나쁘지 않고, 동료와의 관계도 괜찮다. 회의는 흘러가고, 슬랙은 늘 그렇듯 바쁘게 울린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속이 답답하고, 집중이 잘 안 되는 시기가 온다. 출근하는 길에 이유 없이 한숨이 길어지고, 퇴근하면 일이 끝났는데도 머리가 무겁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잠을 더 자고, 주말에 푹 쉬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무거움은 쉰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을 안 하는 시간에 더 또렷해졌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라는 질문이 자꾸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고 늘 생각해왔지만, 막상 어떻게 들여다봐야 할지는 몰랐다. 그러던 차에 최근 팀 구성원을 통해 Career Reset Journal이라는 작업을 권유받았다. 처음에는 또 하나의 자기계발 양식인가 싶었지만, 한 번 써 보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일기와는 결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왜 힘들까

우리는 대부분 “일이 힘들다”는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다. 상사, 팀 분위기, 프로젝트 난이도, 보상체계, 그리고 막연하게 “회사가 별로다”라는 결론. 외부 요인이 진짜 문제일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외부를 탓하는 동안에는 내가 무엇 때문에 흔들리는지를 끝내 모르는 채로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된다.

정말로 우리를 지치게 하는 건,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를 잊었을 때라고 생각한다. 신입 시절에는 그냥 일이 주어지는 게 좋았다. 새로운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다 학습이었고, 그 안에서 자라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동기 부여가 따로 필요 없었다.

그런데 커리어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일을 한다는 게 그저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서인지, ‘이 일을 왜 하는가’, ‘나는 어떤 순간에 성취감을 느끼는가’를 점점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외부에서 보면 분명히 성장한 커리어지만, 내 안에서 보면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 그 공백이 가장 무서웠다.

그때부터 일주일에 10분씩 Career Reset Journal을 쓰기 시작했다.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의 방향과 에너지 흐름을 기록하는 일이다. 회의가 끝난 직후 기분이 어땠는지, 어떤 대화에서 어깨가 가벼워졌는지, 어떤 업무 후에 유난히 지쳤는지. 사실을 적는 게 아니라 반응을 적는다.

Career Reset Journal이란 무엇인가

Career Reset Journal은 ‘커리어 리플렉션 노트’에 가깝다. 단순히 목표를 정리하는 문서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다시 정렬하는 과정이다. 직무 기술서 같은 외부 시선이 아니라, 내부 시선으로 나를 다시 그려 보는 작업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스크린샷 2025-10-29 오후 5.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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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구성은 단순하다. 이번 주에 가장 몰입했던 순간, 가장 에너지를 잃었던 순간, 그 차이를 만든 조건,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나의 패턴. 이 네 가지 줄기를 따라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환경에서 빛나는 사람인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정해진 주기로 쓰지 않아도 된다. 매주 쓰지 못해도 좋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충분하다. 아니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을 때만 꺼내 써도 된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솔직하게 정의하는 것이다. 일기와 다른 점은 여기에 있다. 일기는 사건을 적지만, Career Reset Journal은 사건 뒤의 나를 적는다.

처음에는 잘 써지지 않았다. 솔직하게 쓰려고 할수록 ‘내가 정말 그렇게 느꼈나?’ 하고 검열이 들어왔다. 그래서 처음 몇 주는 일부러 짧게, 단어 위주로 적었다. 회의가 끝난 뒤 한 단어, 퇴근길에 떠오른 한 줄. 그렇게 쌓이고 나니 어느 순간 패턴이 보였다.

나는 무엇에 성장 포인트를 얻는가

Career Reset Journal을 쓰면서, 내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보다 ‘어떤 환경에서 나다워지는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건 큰 차이다. 이력서에 적히는 건 전자지만, 정작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건 후자다.

“내가 진짜 몰입했던 순간은 언제였지?” “나는 어떤 상황에서 가장 빨리 에너지를 잃는가?” 이 두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다 보면, 내가 처한 환경 중 어떤 요소가 나를 살리고 어떤 요소가 나를 깎고 있었는지가 드러난다.

스크린샷 2025-11-04 오후 6.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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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떤 모습인가?” “이건 지금 회사에서도 만들 수 있는가, 아니면 바꿔야 하는가?”

나는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 자극을 받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은 관계의 밀도에서 온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히 일이 빠르게 굴러간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그 빠른 흐름 안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어야 내가 오래 버틴다는 사실. 이걸 알기 전에는 “그냥 더 빠른 조직에 가면 된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환경을 고를 때 기준이 두 개로 늘었다.

또, “모든 걸 완벽히 하려는 태도”가 때로는 내 성장의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모든 디테일에 손을 대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결정에 쏟을 에너지가 남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제안 → 실행 → 결과가 연결될 때” 성취감이 극대화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단순히 잘 만든 문서로 끝나는 일보다, 내가 던진 제안이 누군가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다시 데이터로 돌아올 때 가장 살아 있다고 느낀다.

또한 이슈를 탐색해 프로젝트화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고, 흩어진 문제를 구조화해 주도적으로 끌고 가고 싶어 하는 성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걸 알고 나니, 내가 어떤 종류의 일에 자원해야 하고, 어떤 종류의 일은 거절해야 하는지가 조금씩 선명해졌다.

그리고 나는 성장의 포인트를 찾을 때 “이 일이 나를 확장시키는가, 소모시키는가”를 가장 먼저 묻는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차이일지 모르지만, 이 질문 하나가 커리어의 좌표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어떤 일은 나를 펼치고, 어떤 일은 나를 깎는다.

다시 나를 중심에 두는 일

누군가는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곧 퇴사나 이직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겪어 본 바로는 그렇지 않았다.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회사를 떠나기 위한 의식이 아니라, 지금 자리에서 나답게 일하기 위한 정렬에 가까웠다. Career Reset Journal을 쓴 뒤에도 나는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같은 자리에서 보는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핵심은 결국 하나다. 내 안에서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지 알지 못하면, 어떤 회사에 가도 결국 같은 답답함이 반복된다. 반대로 그것을 알고 있다면, 지금 자리에서도 작은 결정 하나하나를 내 결대로 바꾸어 갈 수 있다.

바쁘게 달려온 나를 잠시 멈추고, ‘나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써 내려가 보자. 거창한 양식이 아니어도 좋다. 노트 한 페이지, 메모 앱의 짧은 한 줄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양식이 아니라, 솔직해지는 그 잠깐의 시간이다.

그 문장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일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 한 줄짜리 기록이 쌓이는 동안 다시 내 일을 좋아하기 시작했다.